• Lord of the Ring: Confrontation
  • 인원: 2인
  • 게임 시간: 30분 


판타지는 보드게임의 테마에 있어서 큰 축을 맡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 예들로 스타워즈, 크툴후,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 등이 있겠습니다. 이들은 많은 보드게임들에 차용되고 있으며, 게이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주제입니다. 판타지 장르가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도 판타지 그 자신일 것입니다. 그 작품의 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되며,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하겠죠. 반면, 최대의 단점도 그 자신일 것입니다. 이런 게임들은 게임성과는 별개로 메커니즘 자체보다는 테마성이 더 강조될 수밖에 없는데, 그 작품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몰입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들을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맥락에서 관련 보드게임들에 대한 지식이 적고, 관심도 적은 편입니다. 최근 뜨거웠던 엘드리치 호러나, 스타워즈 임페리얼 어썰트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게임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전혀 없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제가 유일하게 영화도 보고 소설도 읽은 판타지가 있으니, 바로 반지의 제왕입니다. ‘반지의 제왕은 판타지 소설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보드게임에 차용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많은 반지의 제왕 관련 게임들 중 이번에 리뷰해볼 게임은 반지를 파괴하려는 반지원정대와 이를 막으려는 사우론 진영의 정면승부를 쉽고도 절묘하게 풀어낸 반지의 제왕: 대결’ (Lord of the Rings: The Confrontation, 2005)입니다.



반지의 제왕: 대결2인 전용 게임으로, 한명은 사우론, 한명은 반지원정대를 선택하여 진행합니다. 반지원정대는 프로도를 모르도르까지 무사히 보내서 반지를 파괴하면 승리하고, 사우론은 그전에 프로도를 잡거나 샤이어에 세 명의 부하를 보내면 승리하게 됩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체스나 스트라테고와 비슷해서, 말들을 전진시키고 부딪히는 전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고, 게임 말들이 각각 원작의 내용에 따라 각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단순한 추상전략 게임과는 차별성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샘은 혼자서는 약하지만 프로도와 함께 있으면 매우 강해지며, 나즈굴은 날아서 원하는 상대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 메리는 나즈굴왕을 만나면 전투 없이 승리하고, 사루만은 강력하지만 간달프를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이와 같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요소들이 얽혀있어, 꽉 짜여진 하나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들 안에서,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영화속 장면들을 연상하고, 몰입하게 됩니다.

 

몰입감을 높여주는 요소 중 또 하나 개인적으로 멋지다라고 감탄한 것은 의 존재입니다. 영화에서 반지원정대가 설산을 넘어서 갈지 모리아 광산을 통해 가로질러 갈지 토론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게임 내에서도 보드 중간에 피해갈 수 없는 산악지대가 있는데, 반지원정대 게이머는 산을 넘어가거나 광산을 가로질러 가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갖게 됩니다. 두 방법은 각기 리스크가 있습니다. 프로도는 도망에 특화되어 만들어져 있는데 산악지대에서는 프로도의 도망기능을 사용할 수 없고, 한편 모리아를 통과할 시 발록이 있다면 반지원정대 캐릭터가 전투 없이 패퇴합니다. 따라서 반지원정대 플레이어는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단지 이 고민 때문에 산의 존재를 칭찬하는 것은 아니고, 이 산 때문에 간달프나 샘, 아라곤 같은 캐릭터로 프로도를 둘러싸고 조심조심 움직이는 것에서 영화의 장면들이 연상되기 때문에 칭찬하고 싶습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마치 짐을 운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죠. 반지원정대 진영은 이 산악지대를 얼마나 무사히 통과하느냐, 사우론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산 구간에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히느냐가 중요하며, 이 게임의 큰 분수령이라고 할 만합니다.



반지의 제왕: 대결에서는 캐릭터 자체의 힘에 카드를 더해서 전투를 진행합니다. 전반적으로 사우론의 유닛들이 기본 힘 수치가 좋은 편이고, 반지원정대의 유닛들은 주로 캐릭터의 특수능력을 잘 운용해야한다. 카드도 구성이 조금 달라서, 사우론 측은 힘 수치를 높여주는 카드가 1장 더 많고, 반지원정대는 특수한 기능을 가진 마법카드가 한 장 더 있습니다. 언뜻 보면 사우론 진영이 쉽고 반지원정대 진영이 어려울 것 같지만, 보기보다 균형이 잘 맞아있습니다. 캐릭터의 특수효과를 거의 항상 반지원정대부터 적용하기도 하고, 마법카드의 개수 차이,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한 간달프의 존재 때문에 비등비등한 느낌입니다. 승리조건 자체도 사우론은 3개의 말을 끝까지 보내야하고, 반지원정대는 프로도만 끝으로 보내면 되기 때문에, 사우론 측이 소극적으로 플레이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투를 걸어야하는 쪽이 사우론 측인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합쳐져서 양 진영 간 균형이 잘 맞아져, 일진일퇴의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캐릭터 상성을 이용한 싸움이 많기 때문에, 가끔은 어이없이 패배하는 경우도 있고, 승리 확률이 높은 플레이 패턴을 발견하면 비슷한 패턴으로 고착화되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 한차례 절판 후의 재판 뒤 컴포넌트가 바뀐 것이 있습니다. 재판 뒤에 한글화가 되어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영문 디럭스 버전의 큼직하고 시원시원한 맛이 있는 말이 신판에는 없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게 다가옵니다. 물론 컴포넌트가 다운그레이드 된 만큼 가격이 저렴해진 장점은 있지만요.


<출처: Boardgamegeek.com/Jeff Kunkel>


반지의 제왕: 대결은 어느덧 출시된 지 10년이 넘어간 게임입니다. 그 시간동안 수많은 2인용 게임들과, 2인용에 적합한 좋은 다인용 게임들이 출시되었습니다. 점점 더 세련된 게임들이 나오다보니, 자연스레 옛 게임들은 잊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지의 제왕: 대결은 아직까지도 2인용 게임의 대표 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게임입니다. 아무래도 직관적인 게임 스타일 때문에 입문자도 쉽게 적응이 가능한 점이 그 이유가 아닐까 하네요. 초보자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간단한 게임, 그러면서도 내공있는 명작 보드게임의 클래식함을 느끼고 싶다면, ‘반지의 제왕: 대결은 훌륭한 선택이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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