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st cities : The Board Game (2008)
  • 인원 : 2~4인
  • 게임 시간 : 60분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 간에도 그 좋아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다. 보드게임을 익히고 즐기는 데에는 상당한 지적 노력이 필요한 편인데, 좋아하는 정도에 따라 어느 정도의 노력까지 참아낼 수 있느냐가 갈린다. 아마 보드게임을 주위에 전파하고자 노력했던 분들이라면 이를 충분히 느껴보셨을 것이다. 나는 가족과 함께 주로 게임을 하는 편인데, 부모님께 난이도나 플레이타임 등을 맞추어 함께 즐길 수 있게 노력하는 편이다. 가족과의 시간이 점점 소중하게 느껴지고 있는 만큼, 감사하게도 부모님께서도 함께 즐기기 위해 열린 마음을 갖고 계시고, 나 또한 그에 상응해서 게임 선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쉬운 난이도이다. 여기서 쉬운 난이도라는 것은 단지 룰이 쉽다는 것이 아니라, 게임 중 고민할 것들이 작게 한정된 요소 안에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한 마디로, 본인 차례에 선택할 수 있는 액션의 가짓수가 적으면 적을 수록 이해하기도 쉽고 받아들이기도 편하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님께서 새로운 게임의 룰을 익히는데 어려움을 느끼시기에, 장기간동안 플레이하여도 '우와 정말 재밌다!'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일정한 재미를 유지할 수 있는 게임이어야 하는것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면에서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게임이 08년도에 나온 로스트시티의 다인용 버전이다. 평범한 가족게임으로 묻힌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확실한 재미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은 덤이다.


<사진 출처 - Boardgamegeek/James Fehr>


"로스트 시티 : 보드게임"은 유적지에서 유물을 찾는 고고학자들의 이야기를 테마로 한다. 이 게임의 모태 게임인 2인용 보드게임의 명작 Lost cites의 연장선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게임은 역시나 크니지아 씨의 게임 답게 테마와 시스템과는 별 다른 관계가 없다. 규칙은 간단하다. 5군데의 색깔이 다른 고대 유적이 있는데, 해당하는 색깔의 숫자 카드를 한 장 내려 놓으면 그 유적에 배치한 탐험가가 한 칸 앞으로 전진해 유적을 발굴한다. 멀리가면 갈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유적을 발굴하러 가는 길에는 유물이 떨어져있기도 하고, 점수가 떨어져있기도 하며, 한 칸 보너스로 전진하게 해주는 사다리가 떨어져 있기도 해서, 이것들을 주워도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카드를 내려놓을 때에는 조건이 있는데, 카드의 적힌 숫자를 오름차순으로 놓아야하고, 오름차순을 깨는 숫자카드는 내려놓지 못하고 버리던 손에 들고 있던 한다. 플레이어의 차례에는 카드를 한 장 놓고 탐험가를 한칸 전진하거나, 필요없는 카드를 한 장 버리는 두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택해서 하고 카드를 다시 한 장 보충받는다. 이를 반복하면서 게임을 진행한다.



탐험가가 멀리까지 가면 갈수록 점수를 많이 받을 수 있고 보너스로 받을 수 있는 타일들은 먼저 가는 사람이 임자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앞서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 유물에서 한 숫자의 카드는 2장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촘촘한 숫자 간격으로 카드를 놓아야 멀리까지 탐험가를 보낼 수 있다. 따라서 깔끔하게0,1,2,3,4,5,6,7,8,9,10 과 같이 카드를 내려놓는 것이 이상적인데, 이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손에 들어오는 카드가 무작위이기 때문에, 운이 좋을 경우 시작 시 낮은 숫자의 카드를 여럿 가지고 있어 후에 받는 카드들로 오름차순을 수월히 쌓아올릴 수 있기도 하지만, 운이 나쁘면 처음부터 9나 10 등 높은 숫자의 카드를 가져 나중에 뽑는 낮은 숫자의 카드들은 쓰지 못하고 버려야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낮은 숫자의 카드들로 시작할 수 있을 때까지 큰 숫자 카드를 버릴 수도 없는 것이, 카드를 쓰고 나서 한장 보충하는 것을 상대방이 버린 것 중에서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지런한 수열의 파괴를 어느정도 감수하면서 카드를 어쩔 수 없이 놓아야한다. 보너스 타일들의 힘이 강력한 것도 카드를 억지로 놓아야하는 이유이다. 유물은 후반부에 큰 점수를 주고, 점수타일과 사다리타일은 즉시 큰 도움이 된다. 이를 본인이 먹으면 가장 좋지만, 못먹더라도 다른 사람이 손해 없이 먹지 못하도록 같이 따라가 주어야 한다. 레이싱이 생각보다 굉장히 숨막히고 치열해서, 게임 종료조건 (다섯 개의 말이 다리를 건너거나 카드가 다 떨어지는 경우)이 다가오면 1점이라도 더 얻고 끝내려는 마음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게 된다. 초중반에는 허세도 부리고 엄살도 부리면서 나름 시끌벅적하게 진행되다가, 막판에 가면 고요한 분위기 속에 카드 내려놓은 소리만 착착 들리는 재미있는 모습이 연출된다.


<사진 출처 - Boardgamegeek/lacxox>


켈티스를 해본 적은 없지만 켈티스와 로스트시티 보드게임은 룰 상의 약간의 차이 외에는 동일한 보드게임이라고 한다. 무관의 제왕 라이너 크니지아에게 SDJ를 안겨준 게임으로, 가족게임으로서 게임성은 어느정도 보장되어 있는 게임이다. 한 때 한글판도 존재했었으나 지금은 품절되어 구할 수가 없는 것은 아쉽다. 디자인에 있어서 켈티스보다는 "로스트 시티 : 보드게임"이 전반적으로 조금 더 후한 평을 받는 편이나 각자 취사선택하면 될 것이다. 깔끔한 디자인을 원하면 켈티스, 색감있고 화려한 디자인을 원하면 후자를 고르면 되겠다. 3인플, 4인플 모두 훌륭했다. 오는 명절에 친척 동생들을 만나면 어떤 게임을 해볼까 고민했는데, 이 게임도 한번 후보군에 넣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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