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꽤 중요한 시험을 치르느라, 보드게임은 고사하고 지인들도 잘 만나지 못하면서 바쁘게 지냈다. 몇일 전에 시험을 끝내고, 예전에 자주 친구들을 만나 놀던 매봉역에서 오랜만에 얼굴들을 보기로 했다. 그냥 보자고 한 것은 아니었고, "심심한데 보드게임 한 판 하자!"라는 나의 호출에 친구들이 흔쾌히 나와주었다.
선택한 게임은 1655: Habemus papam이라는 게임이다. 몇 개월 전에 관심이 생겨 구입을 해두었다가 꺼내보지 못하고 있던 게임인데, 오늘 갑자기 생각이 나서 나의 선택을 받았다. 게임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옛 유럽의 교황 자리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다툼을 주제로 한 카드게임' 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임에 등장하는 다수의 추기경들과 조력자들이 실존인물인듯 하고(다 검색해보지는 않았다.) 그림 풍이 꽤 심각해보이지만, 사실은 두 번째 판부터는 30분 정도에 끝낼 수 있는 간단한 경매게임이다. 게임의 목표는 추기경들의 표를 얻어 교황으로 선출되는 것이다. 다소 모순적이긴 하나 보석을 사용하는 경매를 통해 추기경들을 포섭할 수도 있고, 루이14세 같은 왕들의 세력을 등에 업고 교황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재력을 통해 표를 살 수 있기도 하다. '경매'라는 게임의 골자에 중세풍의 테마가 살짝 덧입혀져 있는데, 게임의 요소 하나하나가 붕 떠있는 것이 없이 단단히 짜여져 있는 게임이었다. 3등 한번, 꼴찌 한번을 했지만 재미있어서 리뷰를 써볼까 하는 중이다.
스스럼없는 지인들과 함께한 게임이다 보니, 수다 반, 게임 반 느긋하게 진행하였다. 이 얼마만의 여유란 말인가. 분명히 왁자지껄 게임을 하고 카페를 나섰는데 게임을 하고 논게 아니라 뜨듯한 방에서 같이 귤을 까먹다 나온것 같은 느낌이었다. 게임도 재미있었고 이야기도 재미있었던 여러 모로 만족스러웠던 모임? 만남? 이었다. 곧 다시 바빠지겠지만, 종종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하게 바쁠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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