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게임 : 조선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할 겸, 보드게임도 간만에 한판 할 겸 매봉역에서 모이기로 했다. 갓 대학교에 입학했던 무렵에는 주말만 되면 매봉역 인근 카페들에서 만나 보드게임을 하곤 했는데, 수 년이 지나서 각자 바쁘기도 하고 나도 멀리 이사를 가버려 다 같이 모이기가 힘들어져 한동안 게임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지난 25일에 기회가 되어, 만나서 게임을 하게 되었다. 들고 간 게임은 Ystari 사의 처녀작인 Ys와 국산 게임 조선이었다. 조선을 가볍게 한 판 하고 Ys를 하려고 했으나, Ys 설명서를 읽기가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읽지 못하고 조선만 가볍게 즐겼다.
일전에 몇 판 해본적이 있던터라, 룰북을 한번 빠르게 훑어보고 설명을 해주었다. 룰 자체가 어렵지 않아서 설명은 금방 끝낼 수 있었다. 조선의 평들을 보면 설명서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짚는 분들이 많으신데, 나는 별로 그런 점을 느끼지 못했다. 조선은 9종류의 캐릭터? 세력? 을 운용하면서 조선의 패권을 다툰다는 테마를 가진 게임이다. 사실상 테마는 크게 상관이 없고, 상대의 견제 속에서 누가누가 셋콜렉션을 효과적으로 하느냐를 가리는 게임이다.
전작인 고려는 해보지 못했는데, 결론적으로 조선은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 활발한 플레이어간 상호작용과 짧은 플레이타임이 두드러진 게임인듯 싶다. 사실 나는 인터액션이 직접적인 게임들, 즉 액션 자체가 상대방이 쌓은 뭔가를 파괴하는 게임들을 싫어한다. 기분이 상하는 것도 있지만 분위기 자체가 흥분된다고 해야하나? 친목이 목적이 아니라 상대방을 밟으면서 승리를 얻어내는, 뭔가 그런 전투적인 분위기가 나에겐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시타델 같은.
그런데 예상 외로 조선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거의 모든 카드가 상대방을 공격하는 용도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과열되지 않는달까. 단순히 부순다! 라는 것 보다는 생각할 것이 꽤 있어서 그런지 이야기도 나누면서 차분하게 흘러갔다. 두 세 라운드 해보고 나니 다들 감이 잡히는지, 속도도 빨라져서 지루하지 않고 과잉되지 않은 긴박감을 주었다. 결국엔 '태조의 유산' 아이템을 확보한 친구에게 1등을 내주고 2등을 차지했다. 재미있었다. 3등을 한 친구가 "한판더!" 를 외쳤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카페를 나왔다. 오랜만에 하니 재미있어서 앞으로 종종 모여서 보드게임을 해볼까 생각중이다.
조선에 대해 덧붙이자면, '이건 무조건 사야해!' 라고 할 게임은 아니지만 플레이 타임 짧은 브릿지 게임을 찾는다면 충분히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게임 일러스트가 스팀펑크(?) 스타일이라는 것이 나로써는 약간 아쉽긴 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실적인 그림이 더 이상할 것 같지만서도 일러스트는 아쉽다. 그 점만 제외하면 느낌이 좋았던 게임이다. 앞으로 몇 번 더 플레이를 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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