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2.13 매봉역 보드게임 모임
약 한 달 정도만에 서울 매봉역에서 지인들과 보드게임을 하기 위해 만났습니다. 항상 지인들과 만날때 룰 파악을 미루고 미루다 결국에는 간단한 게임들만 하고 말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꼭 함께 해보고픈 게임이 있어 열심히 공부를 해갔네요. 바로 '징코폴리스' 입니다.
"2212년, 지구의 자원을 모두 소진해버린 인류는 환경과 공생가능한 새로운 도시를 만들게 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튼튼한 나무인 은행나무는 친환경 개발의 상징이 되었다." 라는 기괴한 소개 문구가 적힌 징코폴리스는 오래전부터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끌리는 게임이었습니다. 검색을 조금 해보니 '과소평가된 잊혀진 게임'이라는 평가들과 2~4인 플레이 시 평점이 고르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더군요. 때마침 위펀에서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기에, 괜찮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의 목표는 도시를 성장시키고, 그 과정에서 도시에 자신의 영향력을 쌓아 그에 따른 점수를 획득하는 것입니다. 게임 방식은 간단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각자 패에서 카드를 내고, 동시에 이를 공개해서 이를 실행합니다.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도시를 확장하거나, 건물 층수를 쌓거나, 아니면 그에 필요한 자원을 얻는 것이 있습니다. 도시가 흡사 은행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플레이 타임은 45분이라고 적혀있는데, 첫 플레이인 탓인지 장장 2시간에 걸친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집중해서 게임을 했던지 시간가는줄 모르고 했네요:)
간결한 맛이 일품인 게임이었습니다. 간단한 메커니즘과 훌륭한 눈치싸움이 있더군요. 4명이서 해본 느낌으로는 '파티파티한 전략게임'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얼핏 해본 상상으로는 2인플은 바둑같은 진지한 전략게임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취향에 따라 2인플도 파티파티하게 즐길 수도 있겠구요.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던 게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인상을 받았던 것은 도시가 성장하는 느낌이 꽤 잘 전달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빠르게 확장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서서히 확장은 정체되고 도시 안에서의 개발이 자연스레 이루어진다는 점, 나의 영향력은 다른 사람과 경쟁은 하되 상생할 때만이 의미가 있다는 점 등이 참 와닿았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었습니다. 세팅이 귀찮다는 평가를 참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세팅이 귀찮다기 보다는 신경써야할 것이 좀 많다는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분의 말씀대로 서서히 스노우볼링을 하는 게임이라, 중반부만 되어도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주섬주섬 챙겨주는 것이 많아 집중을 해야 했습니다. 또 공용 카드 덱 구성을 하는데 실수를 하면 게임이 폭파(?)될 위험이 있는지라 게임 주인 입장으로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했습니다. 2시간의 긴 플레이도 이유겠지만 이 때문에 게임을 하고 나니 꽤 피로감이 몰려오더군요. 신경써야할 것이 많은 만큼 짧은 룰에 비해 은근히 설명이 어렵다는 것도 부차적인 단점 중 하나이겠습니다.
앞서말한 단점이 있긴 하지만, 충분히 덮을 수 있을 만큼 장점이 훨씬 더 많은 게임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강한 상호작용이 가미된 게임이라 리플레이성도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현재로서는 많이 돌려보고 리뷰도 작성해보고 싶은 게임입니다. 누가 하자고 해도 반기며 게임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인상을 받았네요. 수회플을 해서 리뷰를 쓸 수 있을 만큼 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