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7.22~16.07.25 타이완 여행 후기 (2)
이틀째의 아침이 밝았다. 둘째 날은 지난 번에도 가려다 무산으로 돌아갔던 타이루거 협곡을 가기로 했다. 타이루거 협곡은 타이페이에서 바로 갈 방법은 없고, 먼저 화롄 시로 간 다음 그곳에서 버스를 타던, 택시를 타던 해서 가야하는 곳이다. 전날 피곤했는지 간신히 일어나서 집 앞 빵가게에서 커피와 빵을 샀다. 빵 두개에 커피까지 해서 한화로 4천원 정도 했다. 대만은 음료값이 정말 싸다. 워낙 더워서 그런지 길거리의 온 사람들이 음료수를 기본으로 가지고 다니고, 한 블록에 편의점이 하나는 있을 정도로 편의점이 많다. 편의점 말고 커피집이나 찻집도 정말 많고 싸다. 우리 형 같이 차를 좋아한다면 환상의 나라.
화롄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Taipei main station으로 갔다. 당연히 표가 남아있을 줄 알고 맘편히 갔는데 아뿔싸. 이날이 주말인 것을 깜빡했다. 기차가 빠르기 순서로 세 종류가 있는데, 느린것은 아예 편이 없고, 가장 빠른것은 거의 다 매진이었다. 중간급 딱 하나가 남아있었는데 그것 마저도 좌석은 없고 입석만 남아있었다. 표 발매기에서 씨름을 하다가 겨우 표를 사고, 열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플랫폼으로 갔다. 열차 표에 no seat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게 우리 나라의 입석 처럼 자리가 비면 누가 앉기 전까지 앉을 수 있는 건지가 알고 싶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어보니 서서 가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는데, 그 말을 믿고싶지 않아서 한 명에게 더 물어보았다. 역시나 정확히 "서서 가는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슬펐다.
머나먼 길. 입석은 정말 머나먼 길이었다. 그래도 칸과 칸 사이에 자리를 잘 잡았는데, 나름의 재미는 있었다. 그분들은 주말에 집에 내려갈 수 있다면 기차를 타기만 하는 것도 만족하는 느낌이었다. 두 명의 서양인과 두 명의 대만분과 같이 공간을 나눠썼다. 우리 형은 계단에 앉아 있다가 엉덩이가 배겨서 좌석 칸으로 들어갔다. 나도 이란인가? 그 쯤에 좌석칸으로 들어갔다. 이란이라는 도시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려서, 여유 있게 서있을 수 있었다. 좌석 뒤에 붙어있는 발판을 의자삼아 앉았다가, 엉덩이가 아프면 일어났다가 하면서 갔다. 우리 옆에 앉아 있던 커플인지 남매 대만분들이 건어물 간식을 줘서 조금 먹었다. 총 3~4시간 정도 걸렸던것 같다.
도착한 화롄은 무지막지하게 더웠다. 가장 먼저 돌아가는 기차표를 샀다. 다행히 좌석은 있었다. 아침만 빵으로 떼우고 먹은게 없어 격하게 힘들었다. 작년 타이난에 비교할 때는 아니지만 너무 힘들었다. 타이루거로 가는 버스를 알아보는데 3시에 차가 있었고 그 뒤로는 오래 기다려야 차가 있었다. 도착한게 세시 조금 넘어서라서 타지 못했고 택시를 알아보았는데 너무 비쌌다. 시간도 생각보다 늦어 어찌할까 하다가 그냥 화롄 시를 돌아보는 것으로 일정을 바꿨다. 물이 너무 간절해서 가는 길에 편의점부터 들렸다. 오렌지맛이 나는 홍차를 샀는데 맛있었다. 시원한 것이라면 사실 뭐라도 맛있었을 것이다. 갈증을 해결하니 허기가 더욱 크게 느껴져서 밥을 사먹기로 했다.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완탕집을 가기로 했다.
완탕집은 고사하고 화롄 시내로 가는 것도 머나먼 길이었다. 한참을 걸었더니 시내가 나왔다. 시내까지 가는길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합천여행할때의 기억이 떠오를 정도로. 화롄 동네는 아기자기 했다. 너무 더워서 정신을 반쯤 놓고 다녔기 때문에 사진은 없지만 광장같은 곳에 예쁜 카페나 가게들도 있었고, 사람들도 나와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말이어서 더욱 활기찼던 것 같다.
휴대폰 네비를 벗삼아 완탕집을 찾을 수 있었다. 골목 구석구석을 통과해서 갈 수 있었다. 과연 맛집이라서 그런지 현지인들이 많았다. 애초에 여행객들은 화롄에 별로 없기 때문에 더더욱 믿음이 갔다. 주문을 할줄을 몰라서 멀뚱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더니 점원이 다가왔다. 알고보니 주문을 테이블에서 하는게 아니라 가게 입구에서 하고 나면 점원이 갖다주는 방식이었다.
정말 맛있었다. 타이난 시장의 훈툰탕에는 조금 못미치는 정도지만, 국물도 시원하고 완자도 맛있었다. 완자는 고기맛과 냄새가 강하게 났는데, 나는 고기냄새가 나는 것을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맛있었다. 테이블에 소스도 몇 개 비치되어 있었는데, 나는 간장, 형은 빨간 소스를 넣어 먹었다. 간장을 넣으니 간이 맞았는데, 대신 시원한 맛은 반감되었다. 나는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먹기를 추천한다. 벽면을 보니 방문한 유명인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정치인이었던 모양이다. 그럴만할 만큼 맛있었다. 한 그릇 더 먹고 싶을 정도였는데 다음 코스로 만두가 남아있었기에 참았다.
만두를 먹으러 가는데 사실 배가 불렀다. 가면서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지나가는 길에 광장에서 시끌벅적한 행사가 열려있었다. 마을 바자회 같은 느낌이었고 작은 공연들을 하고 있었다. 쉴 겸 공연을 보다 가기로 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 복지 센터 같은 곳에서 장애인 분들이 준비한 공연도 있었다. 도발적인 의상을 입고 있던 댄스팀도 있었는데 기다려도 무대에 올라오지 않아서 그냥 가던길을 가기로 했다. 축제 장터에 소시지를 팔고 있었는데 만두를 먹으러 가야해서 참았다.
또 한동안 걸어 만둣집을 찾을 수 있었다. 멀찍이서 줄서있는 사람들의 행렬을 볼 수 있었다. 줄 서 있는 동안 한 대만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주머니가 서울에 와봤다고 했다. 사진을 찍는 것을 도와주었다. 만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완탕, 샤오롱바오, 찐만두가 있었다. 사진에는 샤오롱바오와 찐만두가 있는데, 딘타이펑 생각을 해서 샤오롱바오가 사진에 여러 개 있는 작은 만두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큰 것이 샤오롱바오였다. 잘못알고 샤오롱바오를 여러 개 주문했으면 배불러서 큰일날뻔 했다. 만두는 다 해서 한화로 2천원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충격... 괜히 현지인이 줄서서 먹는 곳이 아니었다. 만두 역시 정말 맛있었다. 바로 전에 먹었던 완탕보다는 간간한 맛이 있었다. 빠르게 먹고 집에 가기 위해 얼른 나왔다.
날씨는 무지막지하게 좋았다. 구름 한점 없어서 볕이 매우 따가웠다. 그래도 즐거웠다. 마을 골목을 거슬러 되돌아 가는데 음식을 먹고나니 전에 보이지 않았던 예쁜 가게들이 보였다. 들어가볼까도 했는데 형이 힘이 든지 갈길을 재촉했다. 다시 타이페이로 돌아갈 시간도 필요하기도 해서 기차역으로 갔다. 가는 길에 화장실이 가고싶어서 무슨 사원같은 곳에 들어갔다. 화장실을 쓰고 싶어서 들어가긴 했지만 화장실만 갔다 오기에는 뭔가 민망해서 안 구경을 했다. 느낌상 관우를 모시는 사당인것 같았다. 사원 입구에 빨간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적토마인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이 향을 꼽고 기도를 하고 있는데 방해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얼른 나왔다. 하늘도 꽤 어둑어둑 해지고 역에 도착해서 기차에 탔다. 타서는 여행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하다말다 했다. 앉아가니 확실히 편했다. 역시나 이란이었나 하는 도시에서 사람들이 많이 탔다. 복도에 가득 사람들이 찼다. 찬건 상관 없는데 내 머리 받이의 반을 팔걸이로 사람들이 사용했다. 서서 말을 많이 하다보니 침도 나에게 자꾸 튀었다. 힘들테니 이해할 수 있었다.
타이페이로 돌아오니 늦은 시각이었다. 숙소 근처로 가니 자정 정도가 되었다. 이것저것 화롄에서 많이 먹었지만 저녁을 따로 안먹었더니 배가 고팠다. 늦었지만 야식으로 뭘 먹을까 생각하다가 숙소 근방에 마라훠궈가 새벽까지 하던 것이 생각났다. 훠궈 한번 먹자고 안그래도 얘기가 나온터라 갔더니 새벽 2시 까지 영업을 한다고 나와있었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700TWD정도. 고독한 식사가 될줄 알고 걱정도 했으나 다행히 사람들이 꽤 있었다.
훠궈는 샤브샤브와 거의 같은 음식인데, 국물 5가지 종류 중에 두개를 고르고, 국물에 넣을 음식들을 고르면 된다. 크게 고기, 채소, 해산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중에 원하는 것을 표에다가 체크하면 점원이 가져다 준다. 고기는 다 한번씩 먹어보는 것을 추천, 채소는 배추와 청경채 추천, 해산물은 새우와 관자를 추천한다. 개복치도 있는데 절대 먹지 말길 ㅋㅋ.. 나는 양고기와 관자를 좋아해서 그 둘을 중심으로 공략했다. 음료수와 하겐다즈도 무한이다. 형이 속이 좀 안좋은지 잘 못먹고 나 혼자 폭주했다. 거의 혼자서 고기 7~8접시 정도는 먹은듯 하다. 양고기를 원없이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야끼니꾸를 가고 싶었지만 훠궈도 충분히 맛있었다. 마지막에 형이 하겐다즈를 못찾아서 다른 브랜드의 아이스크림을 퍼온것이 옥의티... 였지만 좋았다. 열심히 먹다가 보니 가게에 우리를 포함해서 딱 두 테이블만이 남아있었다. 배도 부르고 점원들이 피곤해보이기도 해서 나왔다. 먹고 나서는 숙소로 들어갔다.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그런지 정말 피곤했다.